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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생활

베트남에서 신입 한국인 개발자가 필요할까? (feat. 초반 개인사 주의!)

Tony Han 2023. 2. 3. 13:54

제목에서 말씀드린 주제로 넘어가기 전에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2018년도 3월 2일에 베트남에 도착하여 지금까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생활도 곧 있으면 5년 차에 접어드네요.


베트남에 왜 갔나


2014년도에 한국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을 했었습니다. 2학년을 마친 후 입대 전 친구 한 명과 베트남 여행을 왔었는데요. 그 당시 인천-하노이, 다낭-인천이라는 두 가지 비행기 티켓만 끊고서 아무런 정보 없이 호텔도 잡지 않은 채로 2주 동안 자유여행을 했었습니다.

도착한 도시가 마음에 들면 2-3일씩 지냈고 마음에 안 들면 하루 만에 다른 도시로 이동하여 총 14일 동안 사파 - 다낭을 여행했었고(베트남 무비자 최대기간이 14일) 군생활을 하면서 제겐 그 당시 여행을 추억하는 게 큰 활력소였습니다.(하노이에서 핸드폰을 소매치기당했지만..)

제 구글맵 지도입니다. 많이도 돌아다녔네요.


이 여행과는 별개로 군입대를 하기 전에 무작정 해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 당시 제 전공은 기계설계공학이었기 때문에 해외 플랜트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들 위주로 정보를 수집하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플랜트 공장 특성상 도시와는 동떨어진 곳에 지어지며 결국엔 그곳에서 직장동료들끼리 소위 말하는 ‘미니 한인타운’을 이루고 산다는 한 선배님의 말에 “아 그럼 해외에서 대학교부터 다시 나와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서양권 국가는 왠지 거부감이 있었고 아시아 중에서 ‘20년 후에 어느 나라가 제일 잘 나갈까’, ‘어느 국가가 제일 성장 포텐셜이 높을까’ 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최종 후보군이 1. 인도 2. 베트남이었고 결국 입대 전 베트남 여행 때의 좋은 기억 + 베트남어라는 마이너 하지만 미래에는 수요가 있을 법한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선택은 5년이 지난 지금에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베트남 와서 뭐 했나


군대에서 어느 정도 짬(?)이 찬 후부터는 야간 연등으로 사지방(사이버 지식 정보방)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때부터 베트남 관련 뉴스를 찾아보며 페이스북으로 베트남에 계신 분들을 찾아 인사 드리며 이것저것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말년 휴가 때부터 베트남어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여 1달 베트남어 학원을 다닌 후 무작정 호찌민으로 들어와 여행 가이드를 했습니다.

그 당시 25살이었는데 뭔가 군대 전역 직후라 패기로 했었던 거 같네요. 가이드를 10개월 정도 한 후 그래도 대학교는 졸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한국에서 다니는 학교를 자퇴하고 호찌민에 있는 호주 대학교(RMIT)를 알게 되어 어학당부터 IT학과까지 차근차근 수업을 4년 가까이 들었습니다.


왜 컴공을 전공해 놓고 개발자를 안 했나


한국보다 베트남에 있는 게 저에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고 현지에서의 생활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에 계속 베트남에 남아있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졸업할 시기(2023년 4월 졸업식), 계약직(IT 아웃소싱 회사에서 한국 쪽 사업개발을 담당)이 종료될 시기가 슬슬 다가오니 이직을 해야 하는데 ‘경험 없는 한국인 개발자’는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에서는 수요도 공급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베트남 법인에서 외국인(한국인 포함)을 고용한다는 게 회사로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챙겨줄게 많기 때문에 (비자, 거주증, 워크퍼밋, 아파트 렌트비, 높은 세율) 애초에 개발자를 제외한 다른 직종에도 베트남에서의 한국인의 구인구직 파이는 작습니다.

많은 분들이 “당연하게 회사에서 챙겨줘야지! 내가 일도 하면서 이런 거까지 걱정해야 돼?”라고 생각하시겠지만 회사 대표 입장에서는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주위를 둘러본다면 당신보다 싸고 생산성 높은 현지 인력들이 널려있습니다. “절 채용해 주신다면 이렇게 챙겨주실게 많지만 다른 직원들과 다르게 전 당신 회사에서 쓸모가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걸 느꼈네요.

특정 직업을 비하할 목적은 없지만 제가 느끼기엔 한국에서 차량 운전을 하시는 기사님, 한국에 위치한 공장 생산라인에서 일하시는 작업자분들과 마찬가지로 값싼 인력이 있는 시장에서는 충분히 대처 가능한 인력들이며 개발자라고 해서 특별하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사님, 작업자, 개발자 같은 ‘기술직’ 들이 한국과 비교해서 인건비가 70%는 낮은 현지에서 베트남 기술자분들보다 70% 높은 업무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까요?

제가 현지에서 알고 지내는 한국분들 중 개발자 출신 현지 법인장님, CTO, 개발 리드를 맡고 계신 분들은 봤어도 경력이 3년 미만의 개발자는 본 적이 없는 거 같네요. 아마 현지에서 취업하셨더라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베트남에 진출한 IT 기업들이 구인글을 올리는 걸 보면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한국인 프레서 개발자’ 찾는 글은 앞으로 볼일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현지에서 컴공 졸업을 했거나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넘어오고 싶은 개발자 분들은 어쩌란 건가?


제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것들 몇개만 공유해 드리면

1. 베트남어 공부 다시 시작하기
2. 현지 문화, 현지 개발 문화를 이해하고 이 인원들로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
3. 현지 컴공과 학생들 커뮤니티 만들기
4. 베트남 개발자 분들의 입사 시기, 퇴사 시기, 퇴사이유, 입사 이유 등 그래프로 만들어서 시각화하기
5. 서버 공부(nginx)
6. 베트남 개발자 분들에게 애사심 심어주기 위한 방법

이 정도가 있겠네요.

제가 하고 있는 고민, 공부들도 정답이라 할 수 없고 애초에 정답이 없는 문제들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답이 없는 고민들을 하는 한국인들이 베트남처럼 값싼 인력들이 널리고 널린 시장에서 유니크함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봅니다.

1달 뒤에 제가 했던 고민들이 쓸모 없는 고민이였구나 생각 할 순 있지만 현재로서는 고민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시간들 들여 고민을 하기 전에 ‘내가 고민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고민거리인지?’를 생각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런 습관이 해외에서 참 도움이 많이 된 거 같네요. 베트남에 있으면 훌훌 털어버려야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거든요 :)

한국처럼 구직자들에 대한 족보가 없는 베트남에서 하필 개발자로 구직을 하여 답답한 마음에 제 생각도 정리할 겸 베트남 개발자, 개발문화, 베트남에 진출한 IT 업체에 관련해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고 이게 좋은 인연이 되어 현재 직장에서는 한국 본사와 베트남 개발 리드들 사이에서 IT 프로젝트를 조율하는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직무는 3월에 정식으로 시작하고 그전까지는 한국에 스타트업 중 베트남에 관심 있는 한 기업의 시장조사, 개발자 헤드헌팅 등의 업무를 맡고 있고요. 양해를 구하고 3월 전까지 정식 출근은 아니지만 회사로 출퇴근하며 어깨너머로 초기 세팅 현장을 보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다 할 경력도 없고 이 분야에서는 내가 최고라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며 저도 이제 막 정식 커리어를 시작한 배울게 많은 초짜 직장인으로서 다짐으로 서두없는 글 급하게 마무리 하네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늦었지만 2023년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 기획하고 계신 일들 다 잘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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